안내자: 아오노 켄이치 (BEAMS Creative Director / BEAMS RECORDS Director)
하라주쿠(原宿), 센다가야(千駄ヶ谷) 일대가 현재의 모습을 지니게 된 계기는 1964년 도쿄 올림픽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도쿄의 많은 지역이 도쿄 올림픽을 경계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하라주쿠와 센다가야의 변화가 새삼스레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시기에는 인프라 정비와 토지의 이용 목적 변경 등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요요기연병장에서 워싱턴 하이츠, 이후 올림픽 선수촌으로
1909년에 만들어진 요요기 연병장(代々木練兵場)은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워싱턴 하이츠(ワシントン・ハイツ)라고 불리는 점령군인 미군의 주둔 기지가 되었다. 그 후 도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면서 이 곳은 선수촌으로 만들어지게 되어 선수촌, 경기장 건설 부지로 정비가 진행된다.
도쿄 올림픽 폐막 후, 워싱턴 하이츠 건물은 철거되고 그 철거지가 요요기공원(代々木公園)이 되었다. 이것이 1967년의 일이다. 코바야시 노부히코(小林信彦)의 ‘사설 도쿄 번성기(私説東京繁盛記))’에 의하면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부터 ‘하라주쿠족(原宿族)’이라는 용어가 들리게 되었다고 한다.
밤이면 오모테산도 주변을 돌던 하라주쿠족
하라주쿠족은 밤에 오모테산도(表参道) 주변을 스포츠카와 바이크로 달리는 젊은 남녀를 가리키는데, 이들은 자동차를 타면서 이 주변의 독특한 ‘미국스러움’ —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워싱턴 하이츠의 남겨진 체취지만 — 을 음식과 풍경을 통해 즐겼다고 한다. 이들의 연령이 어리다고 하지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연령이었을 것이다. 하라주쿠에 10대 초반과 10대 중반 계층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타케시타도오리(竹下通り)가 붐비기 시작하고, 라포레 하라주쿠(ラフォーレ原宿)가 오픈한 1970년대 중반, 후반을 기다려야 한다.
하라주쿠는 어설프더라도 유행과 세련된 것들과 지속적으로 관계하고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센다가야 지역은 이 보다 복잡하다. 센다가야 일대는 ‘쇼와(昭和) 30년대(1955년~64년)에는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여관(지금으로 말하자면 러브호텔)이 많이 있었다’ <카와모토 사부로우(川本三郎) ‘지금과 예전의 도쿄 거리 산책(いまむかし東京町歩き)’ 수록 ‘센다가야(千駄ケ谷)’>. 지금 센다가야는 하라주쿠와 같이 분쿄우 지구(文教地区, 교육시설 밀집 지구로 건축 용도 제한으로 인해 유흥업소 등의 건축이 금지된 지역)지만, 당시에는 도쿄 굴지의 번화가였던 신주쿠(新宿)의 안방 기능을 했던 것이다. 이들 ‘온천 마크’가 사라져간 것도 도쿄 올림픽 때 쯤이라고 한다.
현재 센다가야는 사무실, 아파트가 눈에 띄지만 메이지도오리(明治通り)에서 북동쪽으로 벗어나 센다가야역(千駄ケ谷駅) 방면으로 향하면 센다가야 지역의 수호신을 모시는 신사로 후지츠카(富士塚, 후지산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인공 산)도 있는 하토노모리하치만진쟈(鳩森八幡神社)와 그 벳토지(別当寺, 신사 내에 만들어진 신사를 관리하는 절)인 즈이엔지(瑞円寺)가 있어서 차분한 분위기의 거리이기도 하다.
이 주변에서 동쪽으로 가면 1964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립 카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国立霞ヶ丘陸上競技場)[국립경기장, 国立競技場]을 전신으로 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건설중인 신국립경기장(新国立競技場)이 있다.
그런데, 꼭 이 주변이 아니더라도 거리를 거닌다면 지형과 지명을 의식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라주쿠역에서 타케시타도오리 입구를 바라보면 내리막길로 되어 있는데, ‘관광과 유람’을 목표로 오는 사람들에게 목적지는 높은 곳에 있어야만 한다. 또한, 센다가야(千駄ヶ谷)는 지명대로 골짜기(谷) 부분이 있다. 골짜기에는 높은 곳에서부터 다양한 것들이 내려와서 모여드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남녀가 찾아 들어가는 여관이 많았다는 것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기도 하다.
아오노 켄이치 (青野賢一)
BEAMS 창조연구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EAMS RECORDS 디렉터, 문필가. 1968년 도쿄 출생. 주식회사 BEAMS에서 세일즈와 홍보 부서를 거쳐, 현재는 주로 개인의 창의적인 창작 분야의 역량을 사외 클라이언트 작업으로 활용하며 ‘BEAMS 창조연구소’에 소속. 집필, 편집, 선곡, 대학교와 전문학교 강사, 타 기업의 PR 기획 입안과 이벤트 기획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1999년에 음악 부문인 ‘BEAMS RECORDS’의 설립 기획에 참여, 이후 디렉터를 맡고 있다. 패션, 음악, 미술, 문학, 영화 등을 다각적으로 논평하는 문필가로 잡지와 웹 미디어, CD 라이너노트, 영화 극장용 팜플렛, 전시회 도록 등에 기고하고 있다. DJ, 선곡가로서는 1987년부터 활동을 시작. 댄스 뮤직에서 현대음악, 전위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선곡하는 독자적인 스타일에 정평이 나있다.
* 일본어 원문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