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 Tjader – Last Bolero In Berkeley (1973)

어느 여름날 저녁, 어김없이 마스다야(増田屋)에서 햄을 구운 버전의 햄에그 정식을 저녁으로 먹고 bar bossa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턴테이블이 마주보이는 출입구쪽에서 가장 가까운 카운터 자리에 앉아서 오늘은 여기에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합니다. 보통 다들 술을 마시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저는 술을 못마시는 관계로 하야시 씨와 함께 유일하게 전혀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공간에 있는 것이라서요. 그럴때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항상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를 틀어주는 바를 혼자 운영하면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사실을 카운터 건너 하야시 씨를 보면서 매번 실감합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맞이하러 나가고, 겨울같은 때는 외투를 받아서 정리도 하세요.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때로는 테이블석으로 나가서 와인과 치즈를 설명해줄 때도 있고요. 카운터 자리의 손님들은 대부분 하야시 씨와 이야기를 나누려는 목적도 있어서 그에 따라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눕니다. 중간중간 틈이 날때면 와인잔과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접대를 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역시 중간중간에 잠시 껌을 씹으면서 입안을 헹구기도 합니다. 물론 계산도 하고요, 전표와 영수증은 수기로 작성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15-20분 간격으로 레코드를 바꿔서 틀고 계세요.

그래서 대부분은 하야시 씨가 이야기를 건네기 전에는 보통은 혼자 생각을 하거나 잠깐 일을 하거나 멍하니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들은 음악들은 자연스럽게 오쿠시부야의 풍경이 떠오르는 음악으로도 자리하고 있어요.

보통은 음악도 듣다 좋은게 있으면 하야시 씨가 레코드를 교체할때 순간적으로 보이는 아티스트 이름과 커버 이미지를 기억한 후에 바로 검색해서 알아보고는 하는데 정말 뭔지 모를 경우는 어떤 앨범인지 여쭤봅니다. 지금까지 딱 두 번 정도였는데요, 그 중 하나가 Lali Schifrin의 Insensatez (1968,Verve)였고 다른 하나가 오늘 저녁에 함께 들을 Cal Tjader의 Last Bolelo In Berkeley (1973,Fantasy)에요.

언젠가 하야시 씨가 ‘어떤 의미로는 1960-70년대에 나온 라틴 재즈도 보사노바로 생각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신적이 있는데 요즘 이 주변의 앨범을 들으면서 공감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Curtain Call’.

이걸 듣고 그 바쁘신 하야시 씨를 붙들어서 기어이 레코드를 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시게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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