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다반사 거리 산책 음악 | 키치죠지

이번 선곡은 재작년 벚꽃이 필 무렵에 만들었던 봄맞이 선곡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 그리고 벚꽃이 필 무렵, 이노카시라센과 키치죠지의 거리를 다니면서 듣고 싶었던 음악들을 정리해 봤어요.

저는 이노카시라센(井の頭線)을 타는걸 좋아합니다. 시부야(渋谷)에서 출발해서 키치죠지(吉祥寺)까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주요 지역들을 지나는 노선이라 그런지 특유의 활기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정신없는 시부야 교차로를 지나 마크시티에 있는 이노카시라센 시부야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고 나면 ‘아, 이제야 복잡한 시부야를 빠져나가는구나’ 하며 마음이 안정 됩니다.

이노카시라센 급행을 타게 되면 시부야에서 키치죠지까지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아주 짧은 노선이에요. 그 시간동안 귀에 이어폰을 꽂아 주변 소음을 차단시키고 차량 한 켠에 기대어 음악을 들으면서 바깥으로 펼쳐지는 조용한 동네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풍경일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자신이 동경하는 동네의 모습이 펼쳐질 수도 있을거에요. 보통은 조용한 보사노바를 많이 듣지만 그 밖에도 오래전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영화 사운드트랙이나 1970년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을 주로 듣습니다.

벚꽃이 피는 시기, 키치죠지에서 이노카시라 공원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일거에요. 하지만 시부야와 같이 정신없이 복잡한 큰 길이라는 느낌보다는 정갈하게 정돈된 아기자기한 골목과 같은 길을 지나기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가벼운 템포로 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주로 라틴 계열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키치죠지의 매력은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와 반짝반짝 빛이 날 때 입니다. 키치죠지가 도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만약에 키치죠지에 생활을 한다면 바로 아늑하고 따뜻하고 세련된 밤 풍경을 매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해요. 벚꽃향이 가득한 봄날 저녁에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키치죠지역으로 향하는 아담하고 예쁜 길을 걸으면서 1970년대 중후반의 로맨틱한 소울 스타일 음악을 듣습니다. 어쩌면 제가 제일 사랑하는 도쿄의 저녁 풍경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곧 서울에서도 도쿄에서도 벚꽃이 한창일 시기가 찾아 오겠네요. 조금 이른 벚꽃 맞이 음악으로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곡 리스트와 이미지, 감상 가능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Tokyo Dabansa Mix Series ‘KICHIJOJI’ | Track List

01. Tema De Luciano / Luiz Eca – O.S.T. “Veu De Noiva” (1969)
02. You Must Believe In Spring / Bill Evans (1980)
03. It Comes With The Breezes / Catherine Howe (1971)
04. Out In The Cold / Carole King (1971)
05. Hey Hey Hey, She’s O.K. / Alzo & Udine (1968)
06. Love So Fine / The Carnival (1969)
07. Die Girls Von Paramaribo / Berry Lipman Band (1972)
08. La Matriarca (Bossa Nova) / Armando Trovajoli – O.S.T. “La Matriarca” (1968)
09. Metti, Una Sera A Cena / Ennio Morricone – O.S.T. “Metti, Una Sera A Cena” (1969)
10. Who Needs You / Claudine Longet (1968)
11. I Know The Moon / Blossom Dearie (1970)
12. Tristeza (Goodbye Sadness) / Sergio Mendes & Brasil ’66 (1968)
13. Maramoor Mambo / Cal Tjader (1964)
14. Lucky Southern / Tom Lellis (1981)
15. Bluesette / Aldemaro Romero And His Onda Nueva (1972)
16. Don’t Ask My Neighbors / Raul De Souza (1978)
17. Trying To Get To You / Valerie Carter (1978)
18. The Closer I Get To You / Herbie Mann (1978)
19. Before You Break My Heart / Gene Dunlap (1981)
20. I Wanna Be Where You Are (Unedited Mix) / Marvin Gaye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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