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킷사가 왜 인기일까?

글・사진 : 쿠스노세 카츠마사 (Gateway To Jazz Kissa)

재즈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킷사텐(커피를 마실 수 있는 찻집, 喫茶店)을 일본에서는 ‘재즈킷사(ジャズ喫茶)’라고 부릅니다. 많은 분들이 ‘재즈킷사’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것 같지만,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팬이시라면 그가 도쿄의 한 구석에서 아내와 재즈킷사를 운영하면서 데뷔작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약 90년의 역사를 가진 재즈킷사는 일보 고유의 형태입니다. 재즈가 탄생한 미국에서도 재즈킷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선, 라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재즈를 트는 가게는 재즈킷사가 아닙니다. 레코드나 CD를 턴테이블에 올리고 틀어서 재즈를 들어야만 재즈킷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틀고 있는 음원의 커버를 손님들의 자리에서 보이는 곳에 놓아두어야 합니다. 레코드라면 한쪽 면의 전부, CD라면 레코드 한쪽 면 정도(길어야 25분 정도)를 틀고나서 다음 음원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이런 의식을 무슨 이유로 행하고 있는가 하면, 레코드를 트는 쪽도 듣는 쪽도 재즈킷사를 재즈 감상의 장소로서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술집의 주인을 ‘마스터’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재즈킷사의 주인도 재즈의 달인이라는 경의를 표하여 ‘마스터’라고 부릅니다. 마스터가 레코드를 고르고, 손님은 레코드가 바뀔 때마다 마스터의 선곡을 음미합니다. 손님은 자신이 듣고 싶은 레코드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작 재즈를 레코드로 듣는 것에 어째서 이렇게까지 진지해지는 것일까요?

이런 번거로운 특징을 지닌 재즈킷사지만 한국의 여러분도 꼭 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니,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분명 재즈킷사를 좋아해줄 것 입니다. 실제로 재즈킷사 사진만을 올리고 있는 제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 중앙아시아, 러시아, 동남아, 남미라는 실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팔로잉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도 중국인도 있습니다. 평균 600개, 많을 때는 1천 개 이상의 ‘좋아요’가 발생합니다. SNS의 ‘좋아요’는 겉치레적인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있을 수 없어!”, “파라다이스!”, “꼭 여기에 가야해” 등 열정적인 댓글이 꼭 인사치레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추천할만한 재즈킷사를 알려주세요’와 같은 DM도 자주 옵니다.

재즈킷사에 있는 고가의 오디오

이러한 반응이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는데요, 먼저 그들은 재즈킷사의 고가의 오디오에 놀랍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찾는 킷사텐에 고가의 음향 시스템을 놓는 것은 아까울 것 입니다. 스피커라는 것은 흠집이 나기 마련인지라 걱정이 항상 존재하고, 매일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기자재를 가동시키면 집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빨리 고장이 나버리기 마련입니다. 소중하게 다뤄야할 장비를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는 것 같습니다.

레코드로 즐기는 재즈, 그리고 음악에 대한 경의

그리고 레코드의 대한 사랑! 현재 일본에는 600곳에 가까운 재즈킷사와 재즈 바가 있고, 그 중 90%가 레코드로 재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희귀하고 고가인 오리지널 레코드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레코드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러한 유행이 찾아오기 전부터 고집스럽게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 멋진 것 입니다.

세 번째는 음악에 대한 경의. 한 장의 레코드를 진지하게 트는 행위를 통해 우러나는 음악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재즈킷사라는 존재로부터 세계 곳곳의 음악애호가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현재 도쿄에는 약 100여곳의 재즈킷사와 재즈 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도쿄의 비교적 중심부이면서 늦어도 16시에는 가게 문을 열고 있는 재즈킷사 14곳을 선정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을 지키고 있는 가게부터 ‘신감각파’라고 불리는 가게까지 다채로운 면면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소개하는 어느 곳이나 다들 개성이 있어서 서로 닮아 있는 가게들이 없는데 그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재즈킷사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유일한 에티켓

한 가지 유의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가게 내부에서는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재즈를 듣기 위한 것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재즈 지식이 필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가만히 커피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손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재즈킷사에서 어떻게 행동하던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 일본어 원문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페이지: 1 2

Total
0
Share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