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변하고 있는 시부야, 그리고 오쿠시부야

안내자: 하야시 신지 (林 伸次)

시부야(渋谷)의 역사

‘시부야(渋谷)’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지금은 이미 양쪽 다 사라졌지만 ‘치이마아(チイマア,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주로 시부야 거리에 모여서 불량한 행위를 한 집단)’나 ‘간구로갸루(ガングロギャル,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금발과 오렌지색으로 탈색하고 검은색으로 화장을 했음)’라 불리던 젊은이들이 센타가이(センター街) 주변에 모여있는 어수선한 거리일까요?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레코드 가게가 많다’고 하는 우다가와쵸(宇田川町)와 쿼트로, 오르간 바(bar)와 같은 오래된 라이브 하우스, 클럽과 같은 음악의 거리 이미지일까요? 뭐 아무튼 ‘어른들은 그닥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은 잡다한 거리’라는 이미지를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 아내는 1961년에 태어났고 세타가야(世田谷)에서 자랐는데요 어릴 적 기억에 시부야는 ‘어머니와 둘이서 간단히 쇼핑을 하러 가는 근처의 소박한 거리’였고, 어머니가 기모노를 입고 한껏 멋을 내시고 아버지와 동생들도 함께 쇼핑을 나가는 곳은 긴자(銀座)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부야가 변하게 된 순간’을 피부로 느끼게 된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코우엔도오리(公園通り)에 파르코(PARCO)가 등장한 때라고 합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세이부 백화점을 지나 디즈니스토어를 거쳐 파르코까지의 거리를 코우엔도오리로 불립니다

아내가 말하길 코우엔도오리 주변은 꽤 적막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분주하고 들썩이는 분위기는 시부야의 도겐자카(道玄坂)였고, 코우엔도리는 목재 창고나 러브호텔 같은 곳이 있어서 아무도 가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파르코의 등장으로 빅쿠리하우스(ビックリハウス, 1974-85년에 발행된 일본의 대표적인 서브컬쳐 잡지)와 이코이 시게사토의 ‘맛있는 생활(おいしい生活, 1982-83년 세이부 백화점의 캐치프레이즈)’이라는 카피로 ‘시부야의 세종 문화(セゾン文化)’는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파르코가 등장한 1973년 그 해에 NHK가 아타고야마(愛宕山)에서 시부야로 옮겨옵니다.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NHK 건물에는 하루에 2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NHK 주변에는 관련 회사들도 많은데 그 수도 2만 명 이라고 해요. 그 뿐만 아니라 배우, 뮤지션, 이들이 소속된 소속사 사람들,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카메라와 조명, PC 등 방송 장비 및 방송 세트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NHK에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1973년부터 시부야를 매일 다니기 때문에 지금의 시부야가 생기게 된거겠죠. 그런 방송 사업의 성격 때문일까요? 개성적인 영화관이 많이 생기거나 음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HMV와 타워레코드 같은 음악 전문 매장도 생기게 되었고, 이런 시부야에서 ‘시부야케이(渋谷系)라고 불리는 음악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쿠시부야(奥渋谷)로의 확장

시부야역의 2009년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240만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잠깐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중의 많은 사람들이 시부야에서 식사를 합니다. 밤이 되면 술을 마시고요. 그런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음식점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시부야역 출구

역 바로 앞의 중심지는 임대료가 높아서 대기업의 매장들만 자리하기 마련입니다. 저처럼 개인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는 동심원 상으로 펼쳐진다고 할까요, 조금씩 시부야역에서 멀어져 자리하게 됩니다. 

시부야는 주변에 다이칸야마(代官山)와 아오야마(青山)라는 ‘산(山)’이 있고 도겐자카(道玄坂)와 미야마스자카(宮益坂)라는 산으로 향하는 ‘언덕(坂)’이 있습니다. 이 언덕을 내려오면 가장 낮은 ‘시부야(渋谷)’라는 골짜기(谷)가 있습니다. 시부야역에는 지하철 긴자센(銀座線)에 들어오는데요 지하철임에도 시부야역 플랫폼은 3층인 것 보면 시부야가 그만큼 지형이 낮은 장소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 거리가 확장되어 갈 때 ‘도로와 강으로 분단된다’는 이야기 알고 계세요? 예를 들면 시부야 역에서 사쿠라가오카(桜ヶ丘) 쪽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는데요, 그 사이에 있는 큰 도로인 246번 도로 때문에 ‘시부야 거리와의 연속성’이 없어지게 되면서 사쿠라가오카 보다 건너편은 ‘다이칸야마 지구’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야마스자카를 올라가면 거기도 246번 도로가 있어서 그 건너편은 ‘아오야마 지구’가 되었습니다.

시부야 거리는 계속 ‘펼쳐가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커다란 도로’로 분단되어서 그 이상으로 확장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겨진 곳이 ‘시부야에서 요요기우에하라(代々木上原) 방면의 길’이에요.

시부야 역을 나오면 왼쪽에 109가 있죠? 109의 오른편으로 한참을 가면 도큐백화점 본점이 있습니다. 도큐백화점 본점에서 카미야마(神山), 토미가야(富ヶ谷), 요요기하치만(代々木八幡)까지의 주변을 ‘오쿠시부야(奥渋谷)’로 부르며 작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일단 저의 가게인 bar bossa는 오쿠시부야에 속하지만 시부야와 아슬아슬하게 가까이 있다보니 다양한 미디어의 사람들로부터 ‘언제쯤부터 오쿠시부야가 시작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 주변에 상점가가 있었는데요 서민적인 분위기가 남겨진 한가로운 상점가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테오브로마

오쿠시부야가 변하게 된 계기는 테오브로마(Theobroma)의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에 테오브로마가 생겼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갑자기 저런 곳에 저런 커다란 초콜릿 전문점이 생겨도 괜찮을까?’라고 걱정했습니다. 초콜릿은 ‘선물’의 성격을 갖고 있고, 근처에 쇼우토우(松濤) 같은 일본에서 제일가는 고급주택지도 있으니 그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다양한 추측들이 생기면서 테오브로마는 순식간에 화제의 가게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2008년 아히루 스토어(アヒル・ストア)의 등장 입니다. 남매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인데요 동생이 눈 앞에서 구운 빵을, 오빠는 당시에는 아직 희귀했던 비오 와인(내츄럴 와인)을 추천해주는 맛있는 와인 바에요. 저는 아히루 스토어가 생긴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방문했는데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이 가게는 앞으로 꽤나 화제가 되어 전설적인 가게가 되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이 감상을 그대로 사이토 남매에게 전하니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웃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후 아히루 스토어가 제안한 와인 바의 스타일은 순식간에 퍼져서 지금은 일본 전국의 거리에 반드시 있는 가게 스타일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히루 스토어에 이어서 그 주변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늘어났는데요, 오쿠시부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의 향기’ 입니다.

일반적으로 ‘오쿠시부야’라고 하는 경우, 도큐백화점 본점부터 토미가야 교차로까지를 말합니다. 그 지역에 영화관과 극장, 미술관이 함께 있는 도큐 분카무라(東急文化村)를 시작으로 테라야마 슈우지(寺山修司)의 텐죠우사시키(天井桟敷,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극단) 출신의 아사이 타카시(浅井隆)씨가 맡고 있는 영화관 업링크(アップリンク)가 있습니다. 그리고 매장 한쪽에 출판사 사무실이 있고, 가끔은 매장에서 토크 이벤트 등이 열리는 새로운 스타일의 서점인 SPBS가 있으며, 토미가야의 교차로에서는 고품격 재즈와 클래식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하쿠쥬홀(白寿ホール)이 있습니다.

Shibuya Publishing & Booksellers

보통 영화와 극장, 콘서트와 미술관에 간 다음에는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시면서 감상을 나누니 오쿠시부야도 음식점이 필요합니다. 도쿄에서 ‘품격이 높고 패셔너블한 거리’라면 아오야마아와 다이칸야마를 떠올리시죠? 그 두 지역은 확실히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것들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일단 임대료가 비쌉니다. 

하지만 오쿠시부야는 아직 임대료가 꽤 저렴해요. 그리고 쇼우토와 요요기우헤하라와 같은 고급 주택가도 있고, 도쿄 시민들의 휴식처 요요기공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카메구로(中目黒)의 메구로가와(目黒川)와 신주쿠교엔(新宿御苑) 근처의 신주쿠산쵸메(新宿三丁目)와 같은 ‘자연을 느끼는 장소의 바로 근처’에는 취향이 좋은 음식점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녁에 데이트로 식사를 하고 술을 약간 마신 후에 밤바람을 조금 맞으면서 걸을 수 있는 ‘자연을 느끼는 스팟’이 연인들에게는 가장 좋겠죠? 그런 의미에서는 오쿠시부야는 연인들이 미술관과 영화와 라이브를 보고 난 후에 식사를 하고 요요기공원 근처를 거닐다 키스도 할 수 있는 기억에 남을만한 데이트 장소이지 않을까요? 

하야시 신지 (林伸次)
1969년 출생. 토쿠시마현(徳島県) 출신. 시부야의 와인 바 bar bossa 마스터. 와세다(早稲田)대학 제2문학부 중퇴. RECOfan(중고 레코드점)에서 2년, Bacana & Sabbath Tokyo(브라질리언 레스토랑)에서 2년, FAIRGROUND(Bar)에서 2년간의 근무를 거친 후, 1997년 시부야에 BAR BOSSA를 오픈함. 2001년에는 온라인에 BOSSA RECORDS를 오픈. 서적 '보사노바'(아노니마 스튜디오) 집필. 선곡 CD와 음반 라이너노트 집필 다수. 4권의 서적을 집필. 서울의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한국인 Jinon씨와의 왕복 편지 형식의 블로그인 'The Boy From Seoul & Tokyo'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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